Tuesday, December 17, 2013

연말에 만난 좋은 영화

About time

1. 남자 배우가 좋았다.
1.1. 남자 주인공과 주인공의 아버지가 좋았다.

2. 여자 주인공이 좋았다.
2.1. 과연 셜록홈즈가 짝사랑할만한 사랑스러움이다.

3. OST가 좋다.
3.1. 대사말고도 배경음악에 귀 기울이게 하는 영화는 몇 안된다. 그것도 영화 내내

4. 옷차림이 좋다.
4.1. 특히 남자 주인공의 패션은 내가 좋아하는 남성상의 스타일
4.1.1. 여자 주인공은 그 외모에는 뭘 입어도 예쁘다.
4.1.2. 남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센스있는 차림새

5. 당연히 재밌었다.
5.1. 남주인공의 서투른 sweet함이 좋다.
5.2. 아버지와 아들이 손잡고 해변을 뛰는 장면에서 눈물이 펑펑.
5.2.1. 막 나가는 동생이 오빠에게 하는 자기 고백에서 또 눈물이 펑펑.
5.2.2. 아버지가 결혼식에서 한 축사에서 또 눈물이 펑펑
5.3. 결국 우리는 사랑하며 추억을 만들고, 추억과 이별하기도하고, 추억을 추억하기도 하는구나.
5.3.1. 그게 외로운 인간에게 사랑과 시간이 필요한 이유같다.
5.3.2. 그래서 about time인가?
5.4. 올해만난 best 3 영화에 꼽힙니다.

6. 또 봐야지.







Saturday, November 30, 2013

시 같은 가사: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하나의 음악이 위로가 된다.




장필순 _ 너에게 하고 싶은 얘기

가버린 날의 그림 속엔 초라한 너의 모습
그 눈빛엔 내일에 대한 기대는 없었어
내일은 너도 모른다며 너를 자꾸 내몰았고
헝클어진 밤거리만이 너의 전부였지
슬프고 우울한 너의 모습이 보여
부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여

먼 곳에서 돌아온 너 잔잔해진 가슴엔
젊음보다 열정보다 빛나는 꿈을 채워
흔들리던 너의 어제를 부끄러워 하진마
그대로의 너의 모습을 다시 사랑할 순 없는지
너의 침묵 속엔 수없이 많은 얘기
너의 눈빛 속엔 흔들리는 별 하나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너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너

나는 네가 가만히 기대 울 수 있는 어깨야
의지할 곳 없을 때마다 다시 찾았던 친구잖아
머나먼 밤길을 힘겹게 돌아온 너
난 그저 말없이 두 손을 잡아 줄 뿐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너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너

좋은 노래는

좋은 노래는 딴짓하다가도 잠시 멈춰서 귀 기울이게하는 힘이 있다. 오늘 라디오에서 흐른 노래인데, 하던 일 멈추고 음악만 들었다.

Thursday, November 14, 2013

잊을까봐

생각없이 살다보면 또 잊을 것 같은 해야할 것들.

-대안 연구 대학원
-문댕이네, 지민이네
-일본
-유화 배우기
-피트니스 센터
-외국어 자격증
-
-
-

근데 죄다 돈이 드는구만


Saturday, October 19, 2013

나이가? 직업이?


우리는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에 이름이나 나이, 혹은 직업을 습관적으로 물어본다. 특히 한국에서 이름과 나이를 묻는 것은 상대와 나 사이에 대한 '관계'의 시작이다. 사실 가끔은 이 물음들이 귀찮아질 때도 있다.

여행하면서 좋았던 점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첫 만남에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무슨 일 하세요?'같은 질문은 오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신 '어디서 오셨어요?, 얼마나 여행하세요? 내일은 어디가세요?' 같은 질문이 첫 만남 질문의 전부였다. (심지어 한국인들도!) 국적 불문하고 만난 여행객들은 나의 이름이 뭔지 직업이 뭔지 나이가 몇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장소와 시간 왜 여기 왔는지에 대한 물음만 있었다. 오랜 기간 같은 숙소에서 머물면서 이름 묻는 것마저 잊은채 줄창 여행 얘기, 인생에 대한 얘기로 친해지고, 헤어질때 되서야 서로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경험은 신선하고 기분이 좋았다. 

아무래도 여행지에서 스쳐가는 한 사람의 배경(?)에 대해 관심이 가지 않는 이유가 있기도 할 것이고, 아니면 사람의 배경보다 여행지의 배경에 대해 나눌 말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런 사람들만 마주쳤는지도) 어찌되었든 여행지에서 상대의 신상에 대한 무관심이 나는 가끔 고마웠다. 나의 신상을 여기서까지 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말하는게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말해야만 했던 습관들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무의식 겸 의식적으로 여행지에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이와 이름, 직업 같은 개인적인 부분은 묻지 않았다. 

여행 막바지에 딱 한번 터키에서 만난 한국 여행객들과 이틀간 일정을 같이 하면서 그 원칙은 깨지긴 했지만, 그 즈음 한국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던 순간이었기에 그러한 습관들이 조금은 반가웠다. 당연하게 느껴졌던 습관들에서 벗어나고 싶어 떠나왔지만, 결국엔 습관이 그리워져 돌아가는게 여행인가 싶었다.

세비야의 부활절, 여행객 반+거주자 반





다음에는




비오는 날 초점이 안 맞으니 더 근사했다

색감이 참 예쁘다


만약 다음에 런던에 다시 간다면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와 함께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날씨 때문인지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을 이곳에서 다 느끼고 가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Friday, September 6, 2013

행복은 목표가 될 수 없다


행복은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만 하면, 행복할 것 같아" "그 땐 행복해야지" 행복은 조건이나 미래형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행복하다" 말 그대로 현재에 잘 어울리는 단어이다. 조건을 단 행복이나 미래를 위해 유예한 행복은 '행복'에 대한 욕망일 뿐, 막상 그 상황이나 미래가 다가오면 우리는 또다른 조건을 들어 행복을 유예하고만다.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행복은 '지금' 느낄 수 있는 순간적인 감정일 뿐이다. 다만 그 순간 순간이 잦아진다면 우리는 꽤 오랜시간 행복이 지속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순간'을 찾아내기는 지금 내 '마음가짐'이 얼마나 그 순간을 잘 알아 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자와 가질 수 없는 자가 나뉘어져 있지 않다. 또 영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만 계속 행복을 누리며 살으라는 법도 없고, 누군가만 계속 불행한 삶을 살라는 법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은 목표가 될 수 없고 영속적이지 않은, 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기도 평등할 수 있는 관념이다.

(이야기 밖: 그러고보면 행복은 과거와도 어울린다. "그 땐 참 행복했었지" 지나고 나면 그제서야 행복을 알아볼 수 있는 신기한 눈을 가지고 있는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조정치 음악의 진가를 이제 알다니)



Thursday, September 5, 2013

푸른색



Nerja, Spain, 2013


혼자보기 아까웠던 여러가지 파란색들

Monday, September 2, 2013

Love shine



hey let your bright light shine on me 
can you love me unconditionally and sing a million lullabies on a sleepy day 
hey let your sea breeze blow on me 
when i am sailing internationally and whisper all your prayers on a stormy day 

검정치마-love shine


Saturday, August 31, 2013

3년

싱가포르서 한복 입고 인턴했을 때. 이 이후로 한복 입은 적이 없다.
싱가포르의 내 방 창문을 열어 놓으면 침대에서 이런 하늘이 보였다


내가 머물던 주인 가족네 강아지다. 개 공포증을 극복할 만큼 나를 잘 따랐다.
(무서워서 잘 안지도 못하는데 저렇게 만질 정도면 정말 사랑한 강아지)


싱가포르 친구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싱가포르의 밤부터 새벽까지 달렸다.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
사진을 찍으며 나는 꼭 다시 오리라 다짐했었는데 벌써 3년이네.

Wednesday, August 21, 2013

7년 전

친구가 7년 전에 취업 특강에서 내가 그려놨던 과제를 발견했다고 사진 찍어 보내줬다. 그런 특강을 들은 적도 있었나 싶고 저걸 그린 적이 있었는지 까마득하지만, 7년 전 내가 꿈에 그리던 미래를 훔쳐보니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웠다. 참 예쁘게도 꾸며놨구나.

Thursday, August 15, 2013

소중함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마저 소중한 것임을 알려주었다.


Sunday, August 4, 2013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다리고 기다리던 <설국열차>를 봤다. 평이 극과 극이라던데 나는 일단 최근 몇 년간 본 영화 중에 손에 꼽는 웰메이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한창 흥행 중이라 자칫하다간 스포일러가 되기에 몇 마디 못하겠지만(본 사람들이 많아질 때즈음 다시 얘기해야지), <괴물>을 제작할 때부터 미리 머리 속에 <설국열차>를 그려놓았다는 봉 감독의 얘기처럼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이 매 씬마다 느껴진다.
사실 아직까지도 <살인의 추억>과 <마더>를 봉 감독의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다. 하지만 두 작품과 <설국열차>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게 약간 넌센스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번 영화는 봉 감독의 전작들과는 디테일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묘하게 다른 느낌이다.(외국 배우가 출연해서 그런가) 일단 보시라. 같이 얘기해보자스라. 그나저나 봉 아저씨는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게 고마운 감독임에 틀림없다.


Saturday, August 3, 2013

왜 내 폴더에는










폴더 정리하다가 새삼 발견한 것. 왜 나의 폴더에는 그 흔한 꽃미남 사진은 하나 없고, 우디앨런 할배의 사진이 이렇게나 많은가. 특유의 해학과 얄궂은 유머가 담긴 할배의 영화는 절로 폭소가 터진다. '우디앨런'만이 할 수 있는 가벼움 속의 진지함과 진지함 속의 유머러스함을 오랫동안 보고 싶다. 우디앨런 할배여. 건강하소서. (그나저나 우디앨런 젊었을 때 첫 번째 사진은 매력이 철철 흐른다)


Friday, August 2, 2013

기다림

Frigiliana, 2013



Frigiliana, 2013


버스이든 편지이든 친구이든 사랑이든 잠자코 앉아서 기다리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Saturday, July 27, 2013

여행談笑: 구글 맵을 믿지 못하는 자, 생고생하리라.

담 넘어 굴러가는 공 던져줌, Fethiye, 2013

꽃은 예뻤지만 벌은 무서웠다. 많이.  Kayakoey, 2013

누가 그림 그려 놓은 것 같아서, Kayakoey, 2013

말하고 같이 찍었는데 말 주인 할아버지가
 버튼 잘못 눌러서 결국 찍히지 않았다는
Kayakoey, 2013

나름 휴대폰 사진도 쓸만하다, Kayakoey,2013


페티예에 온 날은 정말이지 피곤에 젖어버린(쩔다가 못해 젖어버린) 밤이었다. 전날 카파도키아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13시간(가물가물) 야간 버스를 타고 종일 파묵칼레 구경을 하다가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5시간(가물가물)을 가서 페티예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마을버스를 닮은 페티예 가는 버스에는 미국인 부부, 스페인 부부, 그리고 내가 탔다. 모두들 장시간 버스에 지쳐서 도착한 어둑어둑한 페티예 버스 정류장. 우리 다섯은 각자 숙소가 달랐는데, 호객꾼이 접근해서 택시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나는 들고온 구글 맵을 꺼내들며 우리는 버스 정류장부터 숙소까지 걸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에 각자 지도를 펴들었다. 하지만 호객꾼은 내 숙소가 너무 멀다고 겁을 줬고, 순간 나도 모르게 나의 구글 맵을 의심했다. 일단 호객꾼을 피할 생각으로 버스 회사에서 제공하는 셔틀을 탑승하게 되었다. (얼떨결에)

셔틀 안에서 각자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스페인 부부는 그야말로 휴가차 왔다고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미국인 부부. 둘은 세 달간 터키에서 트랙킹을 하고 있다고 했다. 5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화장끼 하나 없고 늘어진 티셔츠를 입은 (게다가 새까맣게 탄)  부인의 모습에서는 신기하게도 조디 포스터 같은 지적인 향내가 풍겨왔다. 남편의 모습은 부인 못지 않게 매력 그자체였다. 역시 그도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말과 눈빛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탐험가 포스가 물씬 풍기는. 배낭을 등에 지고 트래킹 얘기로 환하게 웃는 모습, 그리고 어쩐지 서로 닮은 둘의 분위기와 생김새에서 행복을 느꼈다. 둘의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런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진한 화장이나 값비싼 옷으로 꾸미지 않아도 풍겨나오는 마음의 깊이 말이다. 

사람의 '얼굴'은 말 그대로 영혼의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생긴대로 산다'는 결국 '사는대로 생겨진다'와 같다. 나이가 들수록 한 사람의 '삶과 영혼'이 얼굴에 드러난다. 정말 잘 생겼지만 어딘지 모르게 나이가 들수록 심술과 짜증이 뭍어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잘 생겼다고 할 수 없지만 기분이 좋아지고 정감가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분위기'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가짐이 하루하루 모여 영혼을 만들고 그게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다. 얼굴과 더불어 사람의 '눈빛' 역시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신기하게도 그 미국인 부부의 얼굴과 눈빛에서 마음과 생각의 깊이가 스케치북에 그린 것 처럼 선명히 느껴졌다. 

아무튼 스페인 부부가 먼저 내리고 미국인 부부가 내릴 차례가 되었는데, 봉고차에 덜렁 운전기사와 동양 여자애 혼자 남겨지는게 걱정이 되었는지 선뜻 내리지 못했다. 특히 아저씨는 나에게 재차 숙소 위치를 확인했다 (나침반만 들고 다니는 탐험가의 신념있는 목소리로). 둘의 여정을 지체 시키는 것 같아서 괜찮다고 걱정말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봉고 문이 닫히고 그 부부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봉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실, 나 역시 문을 닫는 순간 부부를 따라 내릴걸 후회했었다. 왜냐면 운전기사가 미국 부부가 있을땐 안다던 내 숙소 이름을, 그들이 내리자 서비스가 안되는 지역이라 모른다며 어디론가 운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순간 달리는 봉고에서 어떻게 문을 열고 뛰어 내릴까 생각했다. 무서웠다.ㅠ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장부처럼 단호한 목소리 대처해야한다!!!!라고 생각했다. 구글 맵을 가르키며 '아저씨 우리 지금 어디가요? 내 숙소는 여기라구욧!!!!!!!!!!!!!!!!!!!!!!!!!!!!!!!"이라고 나름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헥헥,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다음에 계속....)


Friday, July 5, 2013

안타까움



1. 노래가 좋은데 그 만큼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까운 노래이다. 
2. 이 노래에서 가수 이적의 향기가 느껴지는 건 나뿐인가.
3. 가수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환기 시켜주는 노래가 진짜 좋은 노래 같다. 
4. 아, 노래와 더불어 뮤직비디오도 참 좋다.
5. 사랑 노래가 아닌 것 같지만 사랑 노래 같은 가사. 슬프지 않은 듯 슬픈 멜로디도 재미있다.

Friday, June 28, 2013

여행談笑: 옥스포드의 은인

이때는 나의 위급함을 예견하지 못하고
 유유히 우산을 들고 옥스포드를 배회했건만.
Oxford,2013

한 달간의 여정은 별일 없이 무사히 다녀왔지만, 그 중 가장 그나마 위급했던 순간을 꼽자면 옥스포드에서였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에 옥스포드를 유유히 룰루랄라 다녔는데 역시나 길치였던 나는 이정표를 잘 못보고 돌아갈 버스 정류장과 정반대로 걸어나갔다. (여행에서 길을 잃어도 돌고 돌다보면 길은 나오니 걱정말자라는 베짱이 부른 불상사이기도 했다) 
버스 출발 시각은 10분이 채 안남았고, 나는 정류장이 가도가도 나오질 않으니 그때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지나가는 좀 친절해보이는 영국아저씨를 붙잡고 정류장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하니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정류장까지는 뛰어서라도 족히 10분 이상이 걸릴 거리. 시간 내에 가능할 것 같냐고 묻자 일단 뛰어보자고 우산이고 뭐고 던져버리고 같이 뛰어주셨다. 뛰어가는 길에 뭐 그리 궁금하셨는지 여긴 왜 왔느냐 영국 어디서 머무느냐 한국은 여기보다 춥느냐  등등을 물어 오는 바람에 대답하느라 숨이 넘어갈 뻔했다. 
가던 길에 우산까지 내팽겨치시고 버버리코트가 젖은채로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셨는데 버스 출발하기 10초 전이었던 것 같다. 그 순간 '생명의 은인은 바로 당신이에요'라는 표정으로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고 버스가 출발할 것 같아 황급히 버스에 올랐다. 아저씨는 쿨하게 남은 일정 잘 보내라며 손은 흔들며 돌아섰다.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싶다.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나는 옥스포드에서 발이 묶여야했고 나를 기다리는 버밍엄의 친구를 바람 맞힐 뻔했다. 
그 이후 영국 여행 일정 중에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영국 사람들을 골라(?)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여행 동안 옥스포드의 아저씨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Saturday, June 22, 2013

동정은 멍멍이에게

Ronda,2013


중학교1학년 때 모 복지기관에 단체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자식에게 버려지거나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들이 계신 곳이었다. 그 때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다면 봉사 시작 전에 학생들이 단체로 견학이나 하듯이 할머니들이 누워 계신 병실을 학급별로 돌아보는 것이었다. 무슨 구경거리나 난듯이 병실을 돌아보는데, 어린 마음인데도 그 때 왜 내가 지금 여기를 '구경'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 화가 났던 것은 그 상황에서 우리는 이들을 '동정'해야한다는 식의 인솔자의 말. 그리고는 동정의 시선을 던지며 마치 동정으로 봉사는 끝났다고 생각한 뿌듯한 몇몇 학생들의 얼굴들이었다. 그 때 싸구려 동정은 지금 이 곳에 있구나 싶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때 말하고 싶었다. '동정은 dog에게나 줘'
가끔 텔레비전을 보면 안타까운 사연과 사람들이 있다. 근데 단순하게 그들을 도우면 되는 것인데 ,미디어는 동정이라는 고상한 단어 아래에 '나는 저 사람들보다 나아. 아 행복하다. 지금에 만족하며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품게한다. 그 때 말하고 싶다. '동정은 멍멍이에게나 줘'. 
누가 누구를 동정한다는 것이 진정 순수한 의도의 감정일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일단 동정하는 이는 동정을 통해 묘한 안도감을 얻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싸구려 동정은 제일 잔인하고 무식한 행위이다. 무엇보다 동정 받는 이는 동정을 원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소위 문제아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가정의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외로운 아이들이 많았다. 수업 중에 욕을하거나 자신의 머리를 벽에 박기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뭐 그리 화가 났는지 수업시간에 나에게 끊임없이 욕을 해댔고 또 한 아이는 나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수업시간에 대놓고 딴짓을 했다. 
봉사를 시작하기 전,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니까 감싸고 이해해야한다는 나도 모르게 가졌던 싸구려 동정은 통하지 않았다. 애들과 함께 소리지르고 혼내기도하고 속이 썩기도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조금씩 덜 소리지르고, 덜 욕하고, 좀 더 눈을 맞추는(나름의 발전이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가졌던 싸구려 동정은 역시 멍멍이에게나 줘야할게 분명함을 느꼈다. 아이들에겐 분명 동정보다는 '공감'이 필요했다. 

비단, 봉사라는 행위에서만이 아니다. 경쟁사회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남이 잘되는 꼴 못보고, 나보다 잘 나가지 못한 사람에게서 위로로 포장된 안도감을 얻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건 자신을 저렴하디 저렴한 인간으로 만드는 멍멍이도 거부할 동정심이다. 스스로 동정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게 경계해야한다. 우리 세상에 더 많이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닌 공감이다.




카메라

Birmingham,2013

Birmingham,2013


공짜로 얻은 낡은 똑딱이 카메라도 제 할일은 다 한다. 제법 그럴싸한 사진이 여러 장.
장기간 여행에 들고다니다가 잃어버려도 섭섭하지 않을 카메라라 가져갔는데, 매번 같이 다니다보니 이제는 없어지면 서러운 카메라가 되었다. 
사람, 장맛, 더불어 카메라도 오래두고 보아야 진가를 알아본다는... 궤변입니다.





Friday, June 7, 2013

블로그스팟


-Blogger의 가장 큰 장점은 간단하고 쉽다! 였는데, 최근 몇번 새로나온 템플릿을 바꾸고 수가지 에러가 발생하면서 느낀건.... 점점 복잡해져간다는 것;
결국 기본 템플릿으로 고쳤다;

-구글 리더의 서비스가 종료 된다는 소식을 듣고(이미 되었나?) Feedly로 점프했는데, 자주 접속하게 되지는 않는다... 간단하고 다양한 기능을 품었던 구글리더가 그립다.ㅠ 익숙한게 좋다 ㅠㅠ으헝헝




Wednesday, June 5, 2013

시간이 머무는 집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은 편의에 따라 숫자로 쪼개지고 나눠졌다. 숫자에 얽매이는 순간 편의에 따라 스스로 재단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 마음은 고등학교 때 그대로인데. 
<말하는 건축가>에서 시간이 머무는 집에는 햇살도 오리도 나무도 다 쉬어가더라.
 꽉꽉 채워서 일년을 보람차게 보내야겠다는 강박보다 쉬는 법을 우선 배우는게 필요한 지금 사람들. 빈 공간에 잠시 머물 수있는 법을 어느순간 다 잊고지내는 것 같다.
빈 공간을 빈 공간 그대로 두는 법 말이다.
Frigiliana, 2013

Wednesday, May 29, 2013

beauty

Malaga Ice cream, Nerja, 2013

Nerja, 2013

맛과 풍경의 아름다움

Sunday, May 26, 2013

휴식

Oludeniz, 2013

오랫동안 해변에 앉아 엽서를 썼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내 살은 새까맣게 타있었다;;;;


Wednesday, May 22, 2013

할아버지2

할아버지 댁 우편함


1년이 조금 넘었다.
작년 이 맘때즈음, 사회학 교수님이 초청해주신 포럼에 갔었다. 포럼이 끝나고 저자와 제자들 등의 뒷풀이가 이어졌다. 오랜만에 불어온 세상의 이야기에 설레며 집으로 귀가했고, 다음날 이전보다 나은 기분으로 출근했다.

사무실에 앉아 일하던 중에 오빠의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건강하시고 정정하셨던 할아버지였다. 그래서 오빠의 말을 재차 묻고 물었고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며 사무실을 뛰쳐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났다. 어제 포럼에 가기 전에 할아버지에게 안부전화 하나 했더라면, 어제 그리 설레했던 모든 순간이 죄책감처럼 다가왔다.

병원에 도착해 작은 엄마는 할아버지 영정사진을 건넸고, 나는 할아버지 그대가 떠나기 전에 준비하신 그 영정 사진의 뽀얀 먼지를 닦았다. 장례를 치르고 문상객들을 맞이하면서 할아버지 친구 분들을 보게 되었다. 당신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떠나는 그 사실이 참 쓸쓸하다던 할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다. 엊그제 만났던 친구도 몇일이 지나 영정사진으로 보게 된다던 말씀이었다.

문상객 중에 할아버지 친구 분이 다리를 절며 오셨다. 지팡이를 짚은 한손과 모자를 내려 놓으며 그대의 친구 사진에서 고개 숙이고 식사도 안하고 돌아서셨다. '이 친구 지금 가는가.' 한마디 하시고 떠나시는  뒷모습을 봤다. 짧은 한 마디었지만 그 속에는 '언제고 당신을 따라가니 그 세월 동안 외롭지 말라. 나도 곧 자네를 따라 가니 그리 슬프지 않으니. 그대 편히 가게.' 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애써 구겨 신고 온 검은 구두를 우겨 넣으며 지팡이를 짚고 돌아서는 그분의 절룩임을 보면서 장례 치르던 내내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왜 그 모습에서 눈물이 그렇게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경계는 참으로 미묘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경계 또한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운명에 맡길 일이라는 것도 말이다.

할아버지의 얼굴을 감싸 안고 그 무뚝뚝하던 장손은 할아버지 얼굴에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 서럽게 우는 오빠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빠 역시 할아버지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꺼이꺼이 눈물을 삼키셨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국립 묘지에서 할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신부님이 오시고, 가족들은 성가를 불렀다. 우비를 쓰고 검은 상복을 입고 나는 흙을 한줌 펐고,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방울들이 가족의 얼굴을 가득 채웠다.

난 할아버지한테 미안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다는 말을 해본적이 없다. 그렇게 사근사근한 손녀도 아니었고, 그렇게 연락을 자주하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나 아팠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가 엄해서 미워했던 그 사소한 감정도 죄책감의 일부였다. 할아버지는 전화하실 적에, "할아버지!"라고 반갑게 대답하던 내 목소리를 참 좋아하셨단다. 참 착하다고, 마음이 깨끗하다고. 그것도 돌아가신 이후에나 알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할아버지에게서 온 전화를 제때 받지 않았던 그 모든게 가장 큰 죄책감이었다.

장례가 있은 후, 친구는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해줬다. 그리고는 언젠가 연락이 와서 기도 중에 불쑥 "괜찮아"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전해줬다. 그것이 할아버지가 내 친구에게 전한 말인지, 아니면 친구가 나에게 전한 말인지 무엇인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말이 참 감사했다. 그 한마디에 난 몇달이고 이따금 할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었다. 미사에서 하늘에서 좋은 분들과 행복하시길 기도한다. 가끔 어머니 꿈에서 그렇게 편한 모습으로 웃고 계신단다.

작년에 차마 풀어 놓지 못한 그때의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게 괜찮아진 지금이 참 편안하기 때문이다. 불편했던 지난해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더욱 아프게했다. '안'괜찮은 그 때의 마음이 참으로 불편했다. 그런데, 지금은 참으로 괜찮다.

누군가 나에게 삶의 슬픔이나 아픔을 토로 할때 어떠한 말로도 그 마음을 위로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서툰 위로는 그 슬픔이나 아픔이 자칫 가벼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나는 위로에 서툴다. 사실 어떤 말로도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내 앞에서 넘어졌을 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 역시 그렇게 위로 받았고 위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작년에 만난 사회학 교수님을 다시 만난다. 그래서 1년 남짓 된 이야기를 교수님께 말하려고 한다. 교수님은 말하실 것 같다. 괜찮다고.



Wednesday, April 24, 2013

여름의 꽃






요즘 한창 빠져있는 노래인 루시드폴의 여름의 꽃. 가사도 멜로디도 나른하다.
행복한 하루하루다.

Monday, April 22, 2013

이상


결국 이상은 없다. 현실이 곧 이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생각하기 나름.

Friday, April 19, 2013

여행 단상 1


(해변 걷다 찾은 사랑 모양 자갈 ㅎㅎ 한국으로 데리고 왔다.)

1. "어땠어 여행은?"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하지만 마땅히 대답하지 못하고 "어, 좋았어." 무미건조하게 마무리. 듣는 사람도 말하는 나도 당황스러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도 아직 여행 중인 것 같다. 여행 기간을 구지 따지자면 가기 전 준비기간과 실제 여행 기간, 그리고 여행 후 회복기간(?)까지 포함해야하지 않을까.

여행 중에는 사실 원초적인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나'를 찾고, 미래를 생각하고, 과거를 놓아버리고... 등등. 떠나기 전엔 원대했지만, 막상 여행 중엔 내가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었나 싶었다.
'오늘은 뭘 먹을까. 한국에서 못 먹는 음식 다 먹어야지. 아 무지하게 춥다. 아 진짜 외롭다. 다리 무지하게 아프네. 오늘은 진짜 재밌네. 우와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등등
다소 관광객스러운 모드로 돌아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막상 '나'에 대한 생각은 저멀리 사라진다.

여행을 시작할땐 '나'에 대해 생각을 하자고 다짐을 해서그런지 강박처럼 성당이나 해변에서 앉을 곳이 있다면 억지로라도 앉아 생각을 해보려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위에 나열한 생각들이 침투했고 눈이 번쩍!
그냥 나대로 살자.
자아찾기 그런 생각일랑 잊고 그냥 생각없이 여행해 보자고 눈을 돌렸다.  그러니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긴 의외로 쉬웠다. 사소한 행동이나 일상적인 것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내가 몰랐던 혹은 내가 무지 싫어하던 혹은 내가 좋아하던 내 모습이 두서없이 툭툭 튀어 나왔다.









Wednesday, April 10, 2013

Tuesday, March 12, 2013

이스탄불 공항

여행의 첫 테이프!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8시간 경유 대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스탑오버하여 지금 토스트 하나로 와이파이 비번을 알아내고 인터넷 중이다.
아직은 실감이 안나는구먼

Sunday, January 13, 2013

2013년


2013년이 문득 이 밤에 왔다는게 새삼스럽다. 2013을 이틀 앞두고 교통사고가 났고, 그 도중에 대상포진이 걸려 지금까지 골골 거리고 있으니... 문득 몸도 회복되고 그러니 지금 신년이 왔구나 생각하는지 싶다.
골골거리느라 등록해 놓은 학원 및 몇가지 계획이 엉크러졌지만, 다시 마음을 정비할 수 있는 기회 같다. 신년 계획에 무디고 무딘 나지만, 갑자기 오늘 밤엔 신년 계획을 세우고 싶다.


첫째는, 독서. 고리타분한 회사원의 계획이지만서도 나이가 한살 한살 더해갈 수록 고민할게 많아지고 깊어지니 독서라도 해서 남의 생각도 엿보고 싶다.
둘째는, 좀 이기적이어보자. 좋은게 좋은거라고 나 혼자 참기보다 좀 이기적으로 내 행복을 우선해보자는 말이다. 고로, 남들 눈치 덜보고 내 눈치를 살피자는 계획? 성격이 성격이고 이 놈의 한국이 눈치에 무관할 수 없는 분위기인지라 제일 어려운 계획같지만서도.
셋째는, 단순하게 생각하자. 두번째랑 연관되기도, 첫번째 계획과 상충되기도 하는데 고민할 가치가 있는 문제는 최대한 고민하지 않되 고민하기다; 말이 어렵지만 한마디로 그냥 단순하게 좋은건 하고 아님 말자. 이 원칙을 지키자 이거다. 혹시나 나쁜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그냥 나쁜 결과거니로 끝나야지 생각을 뿌리를 넓혀서 내 인생을 루저로 만들지 않겠다!

이 세가지다. 어렵겠지만 그냥 내가 살아온 수십년보다 좀 더 읽고 아주 조금 더 이기적이게 아주아주 조금 더 단순하게 살면된다. 내 인생 누가살아주랴 내가 살지. 남들이 뭐라하든 누가 뭐라하든 내가 정하고 선택한 길은 무슨 결과든지 그냥 담담히 걸어나가야지. 단순해지면 담담해지겠지.

배가 고픈 밤이지만 기분이 좋은 밤이다.

몇가지 악재가 지나가고나니 다음 흰공은 어떤 공이 뽑힐까 궁금하다. 또다시 검은 공이면....쩝.. 그때가서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