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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 넘어 굴러가는 공 던져줌, Fethiye,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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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은 예뻤지만 벌은 무서웠다. 많이. Kayakoey,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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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그림 그려 놓은 것 같아서, Kayakoey,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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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고 같이 찍었는데 말 주인 할아버지가 버튼 잘못 눌러서 결국 찍히지 않았다는 Kayakoey,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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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휴대폰 사진도 쓸만하다, Kayakoey,2013 |
페티예에 온 날은 정말이지 피곤에 젖어버린(쩔다가 못해 젖어버린) 밤이었다. 전날 카파도키아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13시간(가물가물) 야간 버스를 타고 종일 파묵칼레 구경을 하다가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5시간(가물가물)을 가서 페티예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마을버스를 닮은 페티예 가는 버스에는 미국인 부부, 스페인 부부, 그리고 내가 탔다. 모두들 장시간 버스에 지쳐서 도착한 어둑어둑한 페티예 버스 정류장. 우리 다섯은 각자 숙소가 달랐는데, 호객꾼이 접근해서 택시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나는 들고온 구글 맵을 꺼내들며 우리는 버스 정류장부터 숙소까지 걸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에 각자 지도를 펴들었다. 하지만 호객꾼은 내 숙소가 너무 멀다고 겁을 줬고, 순간 나도 모르게 나의 구글 맵을 의심했다. 일단 호객꾼을 피할 생각으로 버스 회사에서 제공하는 셔틀을 탑승하게 되었다. (얼떨결에)
셔틀 안에서 각자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스페인 부부는 그야말로 휴가차 왔다고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미국인 부부. 둘은 세 달간 터키에서 트랙킹을 하고 있다고 했다. 5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화장끼 하나 없고 늘어진 티셔츠를 입은 (게다가 새까맣게 탄) 부인의 모습에서는 신기하게도 조디 포스터 같은 지적인 향내가 풍겨왔다. 남편의 모습은 부인 못지 않게 매력 그자체였다. 역시 그도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말과 눈빛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탐험가 포스가 물씬 풍기는. 배낭을 등에 지고 트래킹 얘기로 환하게 웃는 모습, 그리고 어쩐지 서로 닮은 둘의 분위기와 생김새에서 행복을 느꼈다. 둘의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런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진한 화장이나 값비싼 옷으로 꾸미지 않아도 풍겨나오는 마음의 깊이 말이다.
사람의 '얼굴'은 말 그대로 영혼의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생긴대로 산다'는 결국 '사는대로 생겨진다'와 같다. 나이가 들수록 한 사람의 '삶과 영혼'이 얼굴에 드러난다. 정말 잘 생겼지만 어딘지 모르게 나이가 들수록 심술과 짜증이 뭍어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잘 생겼다고 할 수 없지만 기분이 좋아지고 정감가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분위기'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가짐이 하루하루 모여 영혼을 만들고 그게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다. 얼굴과 더불어 사람의 '눈빛' 역시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신기하게도 그 미국인 부부의 얼굴과 눈빛에서 마음과 생각의 깊이가 스케치북에 그린 것 처럼 선명히 느껴졌다.
아무튼 스페인 부부가 먼저 내리고 미국인 부부가 내릴 차례가 되었는데, 봉고차에 덜렁 운전기사와 동양 여자애 혼자 남겨지는게 걱정이 되었는지 선뜻 내리지 못했다. 특히 아저씨는 나에게 재차 숙소 위치를 확인했다 (나침반만 들고 다니는 탐험가의 신념있는 목소리로). 둘의 여정을 지체 시키는 것 같아서 괜찮다고 걱정말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봉고 문이 닫히고 그 부부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봉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실, 나 역시 문을 닫는 순간 부부를 따라 내릴걸 후회했었다. 왜냐면 운전기사가 미국 부부가 있을땐 안다던 내 숙소 이름을, 그들이 내리자 서비스가 안되는 지역이라 모른다며 어디론가 운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순간 달리는 봉고에서 어떻게 문을 열고 뛰어 내릴까 생각했다. 무서웠다.ㅠ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장부처럼 단호한 목소리 대처해야한다!!!!라고 생각했다. 구글 맵을 가르키며 '아저씨 우리 지금 어디가요? 내 숙소는 여기라구욧!!!!!!!!!!!!!!!!!!!!!!!!!!!!!!!"이라고 나름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헥헥,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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