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28, 2013

여행談笑: 옥스포드의 은인

이때는 나의 위급함을 예견하지 못하고
 유유히 우산을 들고 옥스포드를 배회했건만.
Oxford,2013

한 달간의 여정은 별일 없이 무사히 다녀왔지만, 그 중 가장 그나마 위급했던 순간을 꼽자면 옥스포드에서였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에 옥스포드를 유유히 룰루랄라 다녔는데 역시나 길치였던 나는 이정표를 잘 못보고 돌아갈 버스 정류장과 정반대로 걸어나갔다. (여행에서 길을 잃어도 돌고 돌다보면 길은 나오니 걱정말자라는 베짱이 부른 불상사이기도 했다) 
버스 출발 시각은 10분이 채 안남았고, 나는 정류장이 가도가도 나오질 않으니 그때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지나가는 좀 친절해보이는 영국아저씨를 붙잡고 정류장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하니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정류장까지는 뛰어서라도 족히 10분 이상이 걸릴 거리. 시간 내에 가능할 것 같냐고 묻자 일단 뛰어보자고 우산이고 뭐고 던져버리고 같이 뛰어주셨다. 뛰어가는 길에 뭐 그리 궁금하셨는지 여긴 왜 왔느냐 영국 어디서 머무느냐 한국은 여기보다 춥느냐  등등을 물어 오는 바람에 대답하느라 숨이 넘어갈 뻔했다. 
가던 길에 우산까지 내팽겨치시고 버버리코트가 젖은채로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셨는데 버스 출발하기 10초 전이었던 것 같다. 그 순간 '생명의 은인은 바로 당신이에요'라는 표정으로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고 버스가 출발할 것 같아 황급히 버스에 올랐다. 아저씨는 쿨하게 남은 일정 잘 보내라며 손은 흔들며 돌아섰다.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싶다.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나는 옥스포드에서 발이 묶여야했고 나를 기다리는 버밍엄의 친구를 바람 맞힐 뻔했다. 
그 이후 영국 여행 일정 중에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영국 사람들을 골라(?)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여행 동안 옥스포드의 아저씨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Saturday, June 22, 2013

동정은 멍멍이에게

Ronda,2013


중학교1학년 때 모 복지기관에 단체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자식에게 버려지거나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들이 계신 곳이었다. 그 때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다면 봉사 시작 전에 학생들이 단체로 견학이나 하듯이 할머니들이 누워 계신 병실을 학급별로 돌아보는 것이었다. 무슨 구경거리나 난듯이 병실을 돌아보는데, 어린 마음인데도 그 때 왜 내가 지금 여기를 '구경'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 화가 났던 것은 그 상황에서 우리는 이들을 '동정'해야한다는 식의 인솔자의 말. 그리고는 동정의 시선을 던지며 마치 동정으로 봉사는 끝났다고 생각한 뿌듯한 몇몇 학생들의 얼굴들이었다. 그 때 싸구려 동정은 지금 이 곳에 있구나 싶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때 말하고 싶었다. '동정은 dog에게나 줘'
가끔 텔레비전을 보면 안타까운 사연과 사람들이 있다. 근데 단순하게 그들을 도우면 되는 것인데 ,미디어는 동정이라는 고상한 단어 아래에 '나는 저 사람들보다 나아. 아 행복하다. 지금에 만족하며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품게한다. 그 때 말하고 싶다. '동정은 멍멍이에게나 줘'. 
누가 누구를 동정한다는 것이 진정 순수한 의도의 감정일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일단 동정하는 이는 동정을 통해 묘한 안도감을 얻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싸구려 동정은 제일 잔인하고 무식한 행위이다. 무엇보다 동정 받는 이는 동정을 원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소위 문제아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가정의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외로운 아이들이 많았다. 수업 중에 욕을하거나 자신의 머리를 벽에 박기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뭐 그리 화가 났는지 수업시간에 나에게 끊임없이 욕을 해댔고 또 한 아이는 나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수업시간에 대놓고 딴짓을 했다. 
봉사를 시작하기 전,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니까 감싸고 이해해야한다는 나도 모르게 가졌던 싸구려 동정은 통하지 않았다. 애들과 함께 소리지르고 혼내기도하고 속이 썩기도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조금씩 덜 소리지르고, 덜 욕하고, 좀 더 눈을 맞추는(나름의 발전이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가졌던 싸구려 동정은 역시 멍멍이에게나 줘야할게 분명함을 느꼈다. 아이들에겐 분명 동정보다는 '공감'이 필요했다. 

비단, 봉사라는 행위에서만이 아니다. 경쟁사회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남이 잘되는 꼴 못보고, 나보다 잘 나가지 못한 사람에게서 위로로 포장된 안도감을 얻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건 자신을 저렴하디 저렴한 인간으로 만드는 멍멍이도 거부할 동정심이다. 스스로 동정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게 경계해야한다. 우리 세상에 더 많이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닌 공감이다.




카메라

Birmingham,2013

Birmingham,2013


공짜로 얻은 낡은 똑딱이 카메라도 제 할일은 다 한다. 제법 그럴싸한 사진이 여러 장.
장기간 여행에 들고다니다가 잃어버려도 섭섭하지 않을 카메라라 가져갔는데, 매번 같이 다니다보니 이제는 없어지면 서러운 카메라가 되었다. 
사람, 장맛, 더불어 카메라도 오래두고 보아야 진가를 알아본다는... 궤변입니다.





Friday, June 7, 2013

블로그스팟


-Blogger의 가장 큰 장점은 간단하고 쉽다! 였는데, 최근 몇번 새로나온 템플릿을 바꾸고 수가지 에러가 발생하면서 느낀건.... 점점 복잡해져간다는 것;
결국 기본 템플릿으로 고쳤다;

-구글 리더의 서비스가 종료 된다는 소식을 듣고(이미 되었나?) Feedly로 점프했는데, 자주 접속하게 되지는 않는다... 간단하고 다양한 기능을 품었던 구글리더가 그립다.ㅠ 익숙한게 좋다 ㅠㅠ으헝헝




Wednesday, June 5, 2013

시간이 머무는 집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은 편의에 따라 숫자로 쪼개지고 나눠졌다. 숫자에 얽매이는 순간 편의에 따라 스스로 재단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 마음은 고등학교 때 그대로인데. 
<말하는 건축가>에서 시간이 머무는 집에는 햇살도 오리도 나무도 다 쉬어가더라.
 꽉꽉 채워서 일년을 보람차게 보내야겠다는 강박보다 쉬는 법을 우선 배우는게 필요한 지금 사람들. 빈 공간에 잠시 머물 수있는 법을 어느순간 다 잊고지내는 것 같다.
빈 공간을 빈 공간 그대로 두는 법 말이다.
Frigiliana,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