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November 15, 2010

정직한 절망을 위해




kimmiwha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8:00 AM Nov 4th via twtkr (개그우먼 김미화 트위터에서)

Saturday, November 13, 2010

해석



고등학교 때는 교과서가 해석해준대로 선생님이 가르쳐주신대로, 시험을 위한 시 배우기에 담담했다.
"이 시의 주제는.. 시인은 짝사랑을 담담하게 보내는....블라블라, 이 시의 주제는.. 독립에 대한 갈망을 사랑에 빗대어.....블라블라, 시인의 마음을 함축한 단어로 이 시의 핵심주제......블라블라"
어쨌든 시험은 봐야하는거니까 해석해주는대로 이해했다. 그다지 공감가지 않는 시 해석은 그래도 충실하게 외워댔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이따금 마음 속으로 나름의 조용한 반항을 했다.
'아니, 이 시인은 짝사랑에게 고백했다가 차이고, 다음 날 화를 누르면서 쿨한척 시 쓴것 아니야? .....이 시만큼은 독립에 대한 갈망을 쓴게 아니라, 진짜 사랑에 대한 갈망만 떠올렸을 수 있잖아......주제 함축? 그냥 아무 의미없이 쓴 단어 아냐???... 시인이 살아나서 설명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르는거아냐???"

'시대 상황과 시인의 삶 등등으로 특정 시를 해석하는 것은 후대 사람의 해석에 불과하다! 시인빼고 아무도 모른다!' 라고 문학 시간에 외치고 싶었지만, ㅎㅎ 현실은 배운대로 착하게 시험을 치뤘다.ㅎㅎ맞힌 문제에 환호하며 ㅎㅎ

아무튼 가끔 창작자도 놀랄 정도로 해석이 과한 경우가 있지 않을까. 자신이 만들어 낸 것에 의도치 않게도 수많은 역사적, 예술적, 시대적 부연 설명들이 붙는다면....? 내가 창작자라면 그 해석들에 반박하기도 귀찮아서, 해석도 또다른 창작이겠거니 넘어갈 것 같다. (그림이든, 만화든, 영화든, 음악이든, 시든...)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내가 이 시를 읽으며 느낀 나름의 해석은 창작활동(?)ㅎㅎ (거창하네.)

고등학교 때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을 법한 황동규님의 <즐거운 편지>.
짝사랑에 대한 간절함을 담담하게 그린 시라고 배워왔다. 근데 나는 오늘 이 시가 전혀 사랑 얘기로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대신 '꿈'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대'와 '사랑'을 '꿈'으로 치환하여 읽어 보니 제법 내가 느낀 바와 어색하지 않게 이어졌다. 무엇보다 꿈으로 읽었을 때 시가 절실히 와닿았다.

(아, 원래 시는 이런건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빚어내는 것이 위대한 작품인가? 그게 예술인가? 윽, 어렵다.ㅎㅎ+윽, 쓰고보니 허세같음 ㅎㅎ)

또 밤이 지났다. 시 얘긴 그만하고 어서 돌아가 할 일 해야지...ㅠㅠ




- 1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 2
-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Tuesday, November 9, 2010

선생님2

어제 친분이 있던 교수님께 약 1년 만에 메일을 보냈다. 밀린 신문을 읽다가 금새 지루해져 갑자기 생각난 선생님께 메일을 썼다. (나는 존경하는 은사님께는 '교수님'이라는 호칭보다 '선생님'이란 호칭을 쓰고 싶다.) 때마다 찾아뵌다고 하고 못 지킨 게 1년이 넘어 간다; 타전공 과목 선생님이었는데, 무작정 듣고 싶었던 과목에 쭐래쭐래 찾아 들어간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수업이었다. 그 학문과 반대 날개를 달고 있는 경제학에서 찾아 온 학생이어서 그런지 말씀은 안하셨지만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다. 쉬는 시간에 자판기 300원짜리 커피를 쏘는 넉넉함이라든지, 수업 끝나고 수업 내용에서 모르는 것은 없었는지, 요즘 읽는 책은 어떤 책인지 한 번 더 물어봐 주셨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3~4년이 흐른 지금, 대학시절을 떠올리면 선생님 강의가 가장 많이 떠오른다. 그 후 다음 학기에 선생님의 다른 과목을 신청했었는데, 친분이 쌓여 편해진 탓에 지각도 엄청 해댔다;(아 부끄럽고 죄송하다;) 아무튼 요지는 이게 아니고, 그 때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생각에 균형을 맞출 수 있었던 계기가 그때였다고 해야하나. 나는 영문학을 복수 전공으로 기웃거리다가 한 과목 듣고 나서, 차라리 내가 관심 있는 과목을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들어보는 편이 낫겠다고 결정 내렸다. (그 결정 때문에 경제학을 단일전공 하는 마냥 내키지 않는 상황에 닥치긴 했지만.;; 후회 없는 결정이었다.) 경제학 48학점을 채워가면서 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수업시간에 익힌 경제학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경제학에서도 여러 관점이 있지만, 그 때 나는 교수님들의 특정 목소리만 모아들었다;) 교수님들의 논리는 학생 입장에서는 참으로 당연하게 느껴져서, 자칫하면 그것만이 세상의 진리이자 정답인냥 생각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마련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교육은 매우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실감) 그 때 한창 한-미FTA 관련해서 논란이 많이 일었던 시점이었는데 좌우 양 날개에 서 있는 전공과목과 타전공을 한꺼번에 들으면서 나와 내 친구는 혼란 상태에 빠졌다. 3시간 동안 한-미FTA의 정당성에 관한 전공 교수님 의견에 한창 수긍하다가, 15분의 텀을 두고 연이어 있는 타전공 수업에서는 FTA 체결의 부당함을 그리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토론해야했다.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학문에 관심을 끄고 자기 전공만 판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았다. 생각의 틀에 갇히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말이다. 내가 만약 선생님의 강의를 듣지 않았더라면, 세상을 철저히 짝눈으로 바라보는 우를 범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세상을 짝눈으로 바라보곤 하지만, 그래도 극단에 서있는 두 학문을 접하면서 '적어도 다른 한편엔 틀린 얘기가 아니라 다른 얘기가 있을 수 있다'라는 인식을 얻었다. 선생님의 수업이 생각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수업 시간 외에 나눴던 얘기였다. 그 때 선생님은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사소한 농담이라도 던지며 교수와 학생의 벽을 허물려고 하셨다. 일 년에 두 번 장학금 신청 때문에 잠깐 얼굴만 보고 나왔던 담당 교수님보다 친근했다. (그나마 얼굴보고 했던 장학금 신청은 이제 담당 교수님 승인 없이도 가능해졌다;) 그리고 대학에서 내 꿈을 물어봐주셨던 유일한 교수님이기도하다. 학생의 꿈에 대해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당신이 겪어왔던 경험으로 공감을 대신해 주셨다. 오랜 시간 알아온 분이지만 말을 쉽게 놓지 않고 존칭을 붙이며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 주신 것도 참 감사하다. 오늘 선생님께 답장이 왔기에 반가운 마음에 클릭을 했다. 어제 메일 내용에 요즘 근황을 늘어놓으면서 신념을 잃어간다, 그동안 너무 오만했다. 등등의 말을 쏟아냈는데, 선생님의 답장을 받고 가슴이 훅 찔렸다. "지금 필요한건 신념이 아니라 자신감 같은데요? 나도 그 시기를 겪었고 그 시기에 있는 학생들을 보면, 스스로 오만했다고 반성할 때가 자신감이 부족할 때더군요. 내가 아는 뫄뫄씨는 열정도 능력도 가득한 사람입니다...........취직해서 거하게 살 생각하지 말고, 취직 전에도 작은 밥이나 먹으면서 얼굴 보고 얘기합시다...." 의 내용. 여전히 선생님은 정곡 찌르기에 달인이시다. 메일을 보고 정신이 확 들었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 감사했다. 선생님이 생각하신 만큼 열정도 능력도 그리 가득하지 않은데 이런 칭찬을 받아도 되나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찔리기도 엄청 찔렸다. 예전에 같이 수업 들었던 친구와 선생님, 나 이렇게 짬뽕 한 그릇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선생님은 짬뽕을 드시며 '요즘 리포트랑 시험지 보니까 뫄뫄씨 글 많이 늘었던데요?' 라고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그 때 한창 스터디를 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진 시기였는데, 지금처럼 엄청 찔렸다. 하지만 간사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구나, 할 수 있구나'라는 단순한 마음도 생각났다. 다시 시작해보자고. 언젠가 더 공부할 생각은 없냐고 대학원 진학을 권하셨던 적이 있었다. 요즘 뜻 하는 대로 삶이 굴러가지 않아 속상할 때 그 말이 자주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선생님께 말하면 분명 좋은 소린 듣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머리를 휘젓는다. 지금 내 고민이 많다고 해서 다른 자리의 고민이 적어 보일 뿐인 거라고. 내가 그 길을 택했다면 지금만큼의 또 다른 고민에 직면했을 거라고. 좀 더 생각이 깨끗해지고 마음이 가벼워질 때 해도 좋을 후회라 생각한다. 그 때가 되면 도피성 심리가 아니라, 정말 내 진심을 찾을 수 있겠지. 아무튼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정신 차리고 살아가고 싶다. 좀 더 간결하고 재미있게. 그러다보면 언젠가 선생님의 칭찬이 부끄럽지 않게 들리겠지.

Saturday, November 6, 2010

이상형, 이상향




-나의 변치않는 이상형 이적과 유희열,
초등학교 때부터 이적이랑 결혼할거라고 노래를 부르고
용돈 모아서 중고등학교때 이적 콘서트를 가는 날을 손꼽았었는데
어느새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이적을 처음 좋아했던 그 나이를 지나 어느새 그때 이적의 나이에 내가 있다니.

-어쨌든 이적은 여전히 이상형이기도, 동시에 닮아가고 싶은 이상향이기도하다.
글도 말도 생각도 여러모로 재주도 많고 매력도 많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사람 노래하는걸 보면 순간순간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자신의 일을 가장 즐기고 있다고 느낀 순간 성공의 반열에 올라가있었다고 말한 한 유명인의 말처럼, 모든 일을 즐긴다는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하고 쉽지 않은 일이기도하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친구이고 연인이라면 그건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닮고 싶은 사람을 알아가고 만나가는게 그 자체로 행운이기도하고.

(유희열은 정말 웃기다...내가 딱 좋아하는 유머..이 유머스타일을 따를 자가 누가 있을까.ㅎㅎ)
(김광석 <기다려줘>, 가사..예술이다..)

(뮤직비디오의 앞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달리는 부분)

Tuesday, November 2, 2010

분위기



오랜만에 다시 모인 사람들과 카페에서 글을 썼다.다시오고 싶은 카페는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결정나곤 하는데, 그곳의 노래는 가만히 있어도 거슬릴 만큼 최악의 선곡을 들려줬다;; 거슬려도 글은 써야겠다 싶어 억지로 집중하고 있는데! 귀를 사로 잡는 노래 하나가 나오더라.! 집중하고 있던 스터디원한테 뜬금없이 "이거 누구 노래인지 알아?"라고 물었고, 서로 피처링은 김종완이 맞는데 여자 목소리에 긴가민가. 대충 에즈원이라 결론짓고 호기심을 마무리 지었지만, 집에 오자마자 검색했다. 오! 보아 노래였다. 의외였다. 이런 분위기를 풍길 수 있었다니.(평소 보아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이런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지도 몰랐었다;;) 노래에서 김종완표 노래입니다 라고 느낌이 풍겨나오는데 악 너무 좋다..! 김종완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보아는 특유의 여전사 이미지 말고;; 이런 노래로 나와보는게 어떤가 싶을정도로 묻히기엔 아까운 노래. (보아양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보아 노래를 이렇게 반복해서 들은 적은 처음이다;;)
쏘굿. 우연히 좋은 노래 알게되면 기분이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