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는 노래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같다.
노래를 들으면 눈도 오는 것 같고 바람도 부는 것 같다.
코로나에 걸리고 12월 한 달은 그냥 버린듯하다.
코로나 증상이 세게와서 약 2주는 끙끙 앓았다. 그나마 중간에 월드컵이 있어서 지루않게 보냈는데, 그 덕에 축구에 빠져서 유투브에서 축구 만화를 보는데 중독이 됐다..
하루 종일 누워서 유투브만 본 12월에 현타가 와서 오늘부터 유투브는 PC에서만 하기로 마음 먹고 휴대폰 바로가기에선 지워버렸다.
느낌이 정말 그런지 휴대폰을 많이하거나 영상을 많이 보는 날엔 전두엽이 마비되는 것 같다.
1월에는 생산적이 인간이 되어야겠다.
얼마전에 평소 하고 있는 운동량이 턱없이 모자른 것 같아 강도를 높여보려고 크로스핏을 등록했다. 그동안 나름 PT도 받고, 중량도 조금씩 치면서 운동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어서 첫 수업이 어떨까 궁금하기도하고 설렜다.
남들보다 10분정도 일찍 갔는데, 트레이너로 보이는 한 사람이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눈인사를 했다. 처음 왔다고 하니 알겠다고하고 일을 보더라. 뭐 그러려니했지. 회원 사진을 찍어야하는 것 같아서 출입 기계를 조작하는데, 보통 이럴경우에는 처음 온 회원에게 안내해주며 사진까지 찍어주는데, 나는 자체적으로 그 기계를 조작하면서 셀카를 찍어야 했다. ㅡㅡ; 뻘쭘해서 인바디를 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보통 그러면 인바디 조작은 센터에서 해주는데, 심지어 그 기계에 들어가는 정보까지 내가 입력해서 결과를 받았다..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결과지는 다행히 뽑아주긴했는데, 쓱 보더니 "체지방이 많으시네요?" 이러고 종이를 툭 주더라. 아니 누가 내 체지방 많은지 모르냐고..ㅡㅡ 지금껏 운동 다녀보면서 이렇게 회원에게 막하는 센터는 처음이었다. 처음 오면 운동 경력이나 부상이 있는지, 아니면 인바이라도 봐주면서 얘기라도 해주는데 크로스핏을 어떻게 하는지 이런것도 없이 그냥 나를 뻘쭘하게 서있게 했다. 뭐.. 트레이너가 무뚝뚝한가 보다 싶었는데, 좀 오래다닌 회원들에게는 어찌나 상냥하던지.
운동하는 내내 나를 거의 유령 취급을 했다. 데드리프트나 스쿼트 자세도 이전에 운동 다닐 때는 전혀 지적 받지 않은 부분이었는데, 민망할만큼 내 자세 지적을 눈으로 입으로 해댔다...운동 의욕이 밑바닥을 쳤다... 아침부터 운동으로 기분이 이렇게 나쁠 수 있나 싶었다. 결론은 꽤 많은 수수료를 물었지만, 환불했다.
최근 오픈했다는 센터에서 왜 이렇게 하는지 정말 의문이었다. 트레이너 차림새도 집에서 자다 일어난 것처럼 부시시한 옷과 머리로 나왔던데 이런걸 보면서 아, 어느정도 사람 상대로 일할 때는 정돈된 모습으로 나와야 하는구나 싶었다. 이럴거면 왜 여기서 일하고 있나? 억지로 일하는지, 그냥 집에서 쉬지 여기서 돈 내고 운동하는 사람들 기분까지 망치고 있는지 화가 치밀었다.
나도 고객사를 상대할 때 사실 내 기분따라서 짜증을 낸 적도 있었는데, 그 때 내가 이렇게 보였겠구나 싶어서 부끄럽기도 했다. (마지막은 반성 모드)
운동량이 부족해도 평소하고 있는 센터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니, 친정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운동이 더 잘 되었다.
잡담 끝 ㅎㅎ
참 우리나라는 MBTI로 따지면 J 성향이다. 10대, 20, 30대, 40대 등등 그 때 해야할 일을 줄 세우고 사회적으로 계획 세워준다. 특히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가면, 지금 2030들은 예전 세대가 세워 놓은 사회적 기준에 더 갇혀있으면 있었지 나아지진 않은 것 같다. 언제쯤이면 연봉은 이 정도 받아야하고, 결혼은 이때 아니면 못 가는거고, 남과 비교하고 기준에 벗어난다 싶으면 서로 비난한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나라든 세계든 점점 자유와 너그러움에서 뒷걸음질 쳐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10대, 20대때 10년 20년 후면 세상이 더 좋아지고 자유로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완전한 착각이었던 것 같다. 지금 나는 이 나라에서 보면 완전 기준에서 한참 어긋난 사람이다. 결혼적령기를 훨씬 지나고, 회사에서 벗어나 공부하고 있다. (=공부를 빙자해서 쉬고 있다) 나도 사실 한국 사람인지라 사회적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우울모드가 찾아오지만 그래도 이 선택은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묻지 않고 내린 선택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이 복잡할 땐 운동이나하자!
9년간의 한 곳에서 회사 생활, 이직한 회사까지 포함하면 12년 회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사실 마무리한지는 한달 좀 안되었는데, 그동안 못 만난 친구들 만나느라 바빴다.
나에게도 예상치못한 급작스런 퇴사였지만, 사실 이직 준비도 오래도록 하긴 했었는데 이직할때까지 기다리는게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지금 아니면 이대로 회사에 끌려다니고 돌아 봤을 때 지금을 후회할 것 같았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내 인생의 한 챕터, 아니 한 권의 책이 끝난것 같다. 주변인들도 회사 사람들에서 대학원 사람들이 주가 되었고, 뭔가 환경이 많이 바뀌는 느낌이다. 그래도 9년을 다닌 회사인데 여기 다닐동안 울고 웃고 그리고 회사 다닐 동안 연애도하고 이별도했다. 이제 그만두니 그 기억들도 함께 책장과 함께 덮힌 기분이다.
새로운 책을 꺼내들긴했는데, 그 안에는 어떤 내용이 써있을까. 어떤 내용을 써야할까.
작은 선택이라도 내가 원하는대로 내 목소리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단 몇 달간은 쉬고싶다!
시험기간에 안하던 블로그질을 하는건 왜일까..
-벌써 4월이다. 말이되냐. 아니 벌써내가 30대 후반인게 더 말이 안된다. 그런데 중간고사 공부를 하고 있는게 또 말이 안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간다. 나는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좋았다.. (자영업자분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쓸데없는 회식 안가도 되고, 쓸데없는 만남 안해도 되고.. 마스크 쓰고 면접봐도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도 나는 마스크를 쓰고 다닐 예정이다. 스케치북처럼 감정 표현이 그대로 드러나는 내 얼굴을 가리기도 좋고, 욕이 나오는 상황에 마스크안에서 편히 읊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고사 공부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있는데, 그래도 예전에 경제학 공부하면서 토나왔던 생각하면 심리학은 참 행복한 공부같다.
- 계획을 세운다고해도 안되고 안 세운다고해도 딱히 망하지도 않는 인생이지만, 대학원 들어와서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인데 지금 모든걸 미루고 있다. 뭔 자격증은 따는데 몇 년이 걸리고 시험 보는 자격도 갖춰야할 기간+조건이 많은지.. 시간도 없지만, 알아보기도 어렵고 알려주는 사람도 막상 없어서 답답하다. 대학원이 각자도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선배 하나쯤은 알고 싶은데, 다들 공부하고 집에 가는 분위기라 어렵기도하고.. 뭐 그렇다. 한 학기의 반이 지나가고 있는데 동기들도 잘 모른다. 인맥에 대한 집착이 0인 사람이지만, 앞으로 험난한 이 쪽 업계에 발 들이려면 동지가 필요한데, 어찌될지..
-40에는 유학을 가볼까 싶어서 틈틈이 나의 썩은 영어를 되살려보고자 한다. 되살리는 방법은 하나, 비싼 시험을 등록한다. 토플이나 아이엘츠를 등록해서 다시 시작해보자. 상대적으로 아이엘츠가 시험 등록하기가 쉬워서 + 고사장도 많고 좋긴한데 영국권에서 밖에 안통해서 지난번에 점수 하나 따두고 막상 쓴데가 없어서 돈이 아까웠다. 회사 원서 넣을 때도 은근히 토플 보는데는 있어도 아이엘츠 보는데는 없더라.
-이 놈의 영어 공부는 내가 관에 들어갈 때 끝나려나. 회사에서 출장도 안가고 그러니 점점 퇴화되고 쓸 일이 없어서 그런지 초딩 영어 수준으로 구사하고 있는 신세.
-할 일은 많고 쓸 돈은 많다..
이게 얼마만인가. 블로그스팟 (지금은 블로거)에 글을 끄적이는게. 사실 종종 오기는 했지만 비공개로 글을 전환해버렸다.
인생은 운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했지만, 2021년에는 그 말을 크게 실감했다.
지난 7월, 고민만 주구장창하던 대학원 진학을 불혹 전에는 해야하지 않겠냐는 마음에 지원을 결심했다. 준비 과정이 꽤 걸린다는 소리를 듣고 11월, 12월에 있을 전형까지 시간을 쪼개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계획은 계획. 그 때즈음 회사에 퇴사자가 속출했고 가장 바쁜 팀으로 파견 근무가 결정되었다.
정말 바빴다. 공부는커녕 회사에서 밤 12시에 퇴근을 밥 먹듯이 했고, 근무 시간에 휴대폰 한 번 볼 시간없이 정.말. 바빴다. 대학원 진학 스터디도 있길래 돈을 내고 일주일에 한번 참여를 계획했으나 공부는 1도 안하고, 스터디원들에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 이미 낸 돈을 기부하고 스터디를 포기했다. 그렇게 10월 말이 되었고, 일에 현타가 와서 몇 주간 이직시도를 하는 통에 11월초가 되었다...
11월초... 대학원 원서 접수 기간이다. 말인 즉슨 학업계획서, 자기소개서를 다 정리해서 내야한다는 말. 망할. 역시 나는 대학원은 글렀구나. 이게 될놈될 안될놈안될의 진리인가. 누구는 학업계획, 자기소객서만 최소 3달씩 스터디 꾸려가면서 수정한다는데... 당장 내일모레가 원서 접수인데 걍 다 망했다!! 하하하!!
발등의 불이 떨어져 발이 녹아내리고 있어서, 회사에 반차를 내고 스터디 카페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 이번엔 일찌감치 망했으니 내년 후기를 노려야지.. 시도했다는데 의의를 두자. 라고하며 비루하게 작성한 원서를 냈고 어찌저찌 반차 신공을 써가면서 약 3주간 면접 준비를 했다. 사실 말이 3주지 내가 성인 ADHD가 있는 것이 아닌지 싶을정도로 최악의 집중력을 보였기 때문에 3주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그렇게 어찌저찌 다섯군데에 지원했고 (공부도 안했으면서 지원은 많이함) 한군데는 서류탈락, 나머지 네군데는 서류전혀이 없어서 일단 면접을 봤다.
대학 1은 모교였기 때문에 모교찬스로 교수님이 잘 봐준거 같아서 얼결에 합격
대학 2는 면접 탈락...
대학 3, 4는 1지망과 2지망이었는데 면접시간이 겹쳐버렸네? 대학 3은 다른 대학과 달리 전공지식을 묻는 면접이 있어서 솔직히 2주 전공 공부한걸로 갔다가 망신만 당할 것 같았다. 그래서 2지망인 대학 4 면접만 가려고 했다.
하지만 원서 접수비가 아깝기도하고 나름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려고 스터디 카페에 쓴 돈이 아까워, 망신 당해서 뛰쳐나오더도 대학 3까지 면접을 봐보자고 다짐. 밑져야 본전으로 대학4에 면접 시간 조정을 요청했다.
엇, 흔쾌히 조정해 주심.
대학 4 오전 첫 조로 면접을 보고 대학 3 면접으로 여유있게 출발했다. 솔직히 그떄까지 전공 면접 보기 싫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1지망이었던 대학 3 도착, 뭔지 모르게 살벌한 면접장 분위기. 다들 전공 공부 꽤했을 것 같은 생김새들. 타전공자인 나는 어버버하다가 나가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망할 경우 마스크 속에 부끄러움을 숨길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총 5명이 한 조로 면접장에 들어감. 나는 앞에서 두번째에 앉았는데, 다행히 반대편 부터 차례로 전공질문 시작. 질문을 받은 지원자 A, 대답 못함. 그 다음 B 역시 대답 못함. 제발 내 순서까지 저 질문이 해결되길 바람. 내 옆에 C까지 미해결된 질문이 옴. ㄷㄷㄷㄷㄷㄷㄷㄷ
다행히 C가 명쾌하게 대답... 그 다음 내 차례. 새로운 전공 질문이 던져질 차례였다. 난 그냥 이러나저러나 망했구나. 겸허히 부끄러움을 받아들여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내가 아는 질문이 나왔드아~~~~~! 대답을 어찌저찌했다!!! 내 순서가 끝나고 내 옆의 D 지원자 전공 질문은.. 역시나 내가 모르는 질문이었음.. 인생은 운이구나..99.9999999!!
그 날 일진이 좋았는지 같은 날 면접 본 1, 2지망 학교 모두 합격.. 정말 운으로 됨...
둘 중 어디를 갈지 엄청 고민하다가 그냥 붙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던 1지망을 가기로했다. 앞으로 내 인생이 앞구르기하고 뒷구르기할 것 같지만 그 때 가봐서 어찌되겠지..
결론은... 고민하지말고 그냥하자. 이거다.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냥 겁나서 안하는 세월이 내 인생의 절반이었고 지금도 그 습관은 못 고치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그냥하자가 통했다.
인생을 계획대로 살고 싶고, 실수 없이 살고 싶은 내 욕심. 그 욕심으로 망설이고 결정하지 못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나의 세월이여!!
인생을 계획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가장 오만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내 3주간의 수험생활을 함께해준 곡 (약 200번 넘게 들은 듯)
23:30초부터는 마음이 웅장해지고 슬프기도하고 아름답기도하다. 결론은 조성진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