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10, 2016

근황 혹은 긴 잡담


1. 랩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후로 집에 오면 랩탑을 거의 열어 볼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랩탑 사용이 절실한 순간이 있는데, 몇 달 전부터 인터넷 페이지 하나를 열려면 대략 10분 이상을 기다려야하고 먹통되기를 밥먹듯이하는 상태에 절망.

마침 친구가 LG그램을 사용하길래 빌려서 문서 작업을 하던 중. 이것은 신세계. LG그램을 사겠노라 폭풍 검색을 했으나 각종 사양 별로 가격대가 달라 눈이 핑글핑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지금 내 PC의 모든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액티브엑스 삭제 및 PC 최적화를 실행하니, 나의 랩탑도 자칫 LG그램으로 갈아탈 주인의 최근 행태에 위협을 느꼈는지 상태가 상당히 호전되었다. (그래서 지금 몇 달만에 내 PC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감격적인 순간!) 기계에도 마음이 있나보다. (궤변으로 마무리)

2. 마왕 故신해철-1
- 뮤지션의 죽음이 이렇게 오래도록 가슴에 남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일듯하다. 지금 30~40대에게는 그의 죽음이 한 천재 뮤지션의 죽음이 아닌, 유년기를 함께한 친한 친구 혹은 형, 선배 그리고 청소년기의 추억의 상실로 다가왔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 정신을 대변하는 귀한 사람을 잃었다는데 애석해하는 사람이 많다.

중고등학교 시절 라디오 키드였던 나는, 항상 새벽 2시부터 시작하는 그의 방송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잠이 들었었다. 하지만 잠이 들기 전까지 그 때 당시 다소 충격으로 다가오던 Free했던 라디오를 들으며 이불 속에서 큭큭댔던 기억이 난다. 유투브에 그 때 방송을 올려 놓으신 분이 있던데 요즘 잠이 오지 않으면 그 방송을 재생하다가 잠이 스스륵 들곤한다. 마치 내 생체 시계가 그 때를 기억하듯 마왕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이제 잘 시간인지 싶어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시사토론' 동아리를 하면서 100분 토론에 등장하는 마왕의 발언들을 참고하며 부족했던 토론 진행을 급급하게 준비하곤 했었다. 사실 천재 뮤지션으로서 신해철보다 나에겐 토론 패널로서 신해철이 그 땐 더 익숙했다. 간통제 폐지/ 대마초 합법화 등 당시 정치인들조차 피했던 민감한 사회 이슈에 과감한 목소리를 내며 정치인들과의 토론에서 한방을 날리는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독설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줬고 다수의 안티를 양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라디오 안에서 그는 짝사랑에 가슴 앓는 청취자 뿐만아니라 사업에 실패한 청년에게, 임신한 10대 중학생에게, 우울증을 앓는 고등학생에게 누구보다 진심어린 조언을 했던 친구같은 DJ였다. '좀 놀아본 오빠의 미심쩍은 상담소'라는 코너에서 세상사에 있을 수 없을 것 같던 소외된 청년들의 고민을 향해 세상 누구보다 귀를 기울여주고 따뜻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요즘 그 코너를 다시듣기하다보면 그가 해주는 조언들이 요즘 나에게 더 간절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마왕의 노래 가사를 곱씹어보며 철학, 인문, 종교 등에 넓고 깊은 지식을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던 내던 그의 모습이 더욱 그리워진다.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까운 사람이다. 요즈음 대한민국 사회가 굴러가는 모습을 본다면 신해철씨는 어떤 말을 했을까. 의료사고라는 억울한 죽음으로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마지막 목소리를 내고 간듯하다.

내가 그의 전성기를 함께한 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가 살았던 동시대에 내가 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블로그에 몇 번이고 그의 이야기를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짤막짤막하게 그에 대한 생각을 시간이 날때마다 정리해야겠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모노크롬(신해철)-<일상으로의 초대>
-초등학교 때 친오빠가 들고온 모노크롬 앨범에서 처음 만난 곡.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신해철씨의 노래이다. 여러가지 버전 모두 지금 들어도 정말 세련되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최고의 프로포즈 노래이자 사랑 노래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사로 프로포즈하는데 응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있을까. 신해철씨가 그의 아내에게 쏟은 사랑이 정말 컸음을 알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아무튼 만약 내가 결혼한다면 결혼식 축가는 이 노래로.....

일상으로의 초대  작곡/작사: 신해철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지금의 난 누군가 필요한 것 같아
친굴 만나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깨어있을 때도 문득 자꾸만 네가 생각나
모든 시간 모든 곳에서 난 널 느껴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거야

서로에 대해 거의 모든 걸 지켜보며  알게 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진 않겠지
그렇지만 난 준비가 된 것 같아 너의 대답을 나 기다려도 되겠니
난 내가 말할 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 좋아 
내 말이라면 어떤 거짓 허풍도 믿을것 같은 그런 진지한 얼굴
네가 날 볼때마다 난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네가 날 믿는 동안엔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야
이런 날 이해하겠니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거야
내게로 와 줘 

I`m spending whole my days for you
Cause I am always thinking about you
I really like to share my life with you
I truely want to be someone for you
So lt is invitation to you
Now I am waiting for the answer from you
I swear I will do anything for you
But sadly I`ve got nothing to give you
All I can do is just say I love you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 그 날의 일과 주변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간만에 멀쩡한 랩탑으로 쓴 글이라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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