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11, 2010

시큰

사실 잘 울지 않는 편이다. 영화나 다큐를 봐도 눈물을 그렁거릴 정도였지 콸콸 쏟는 타입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니였다'. 마음이 약해졌는지, 남들 얘기처럼 나이가 들면서 눈물만 늘어가는지 몰라도 내가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사람은 아니였구나 싶다. 어제와 엊그제, 친한 친구 몇몇을 만났다. 일찌감치 일자리를 잡은 친구도 있고, 아직 학생인 친구도 있고. 여전히 변함없이 따뜻한 내 친구들이었다.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우리가 졸업하기 전에 나눴던 공통적인 고민보다,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 나처럼 아직 사회에 나가기 전에 견뎌야 할 경쟁에 지친 사람도 있었고, 사회에 나간 친구는 직장에서 맞서야할 경쟁에 버거워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이 취직하면서부터 내 고민을 털어 놓기 미안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갓 신입사원이 된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더 치열한 삶을 살고있고, 그들 역시 너무나 힘들 것을 알기 떄문이었다. 술을 한 두잔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요즘 서로 어떤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내 차례가 돌아올 동안 평소 같으면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 그래' 등등의 호응을 하며 잘 들어 줄 수 있는 친구들의 얘기가 담담하게만 들려왔다. 별다를 것 없이 그저 내 앞에 있는 라멘 국물을 푹푹 떠먹으면서 얘기를 들어줬다. 그러던 찰나, 내 차례가 돌아왔다. 예전 같으면 찡찡거리다가 결국엔 괜찮아질거야 라고 푸하하 웃으면서 넘기곤 했던 내 이야기가 엊그제만큼은 왠일인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어렵게 입을 뗀 '음, 요즘 나는..'으로 시작한 얘기에, 어느새 모임의 초점은 "뫄뫄 기 살리기 프로젝트"로 변해있었다. (일년동안 들을 덕담은 다 들은 것 같다) 그렇게 애써주는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또 들었다. 갑자기 날 위한 위로 모임이 되어 버린 탓에, 다들 힘든데 유난 떠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고, 한편으로 나보다 날 더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힘을 받기보다 힘을 주는게 더 좋았던 예전으로 빨리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모임이 마무리가 되어 갈 때즈음 친구들에게 "얘들아, 미안해 고마워"라고 말하려 했다. (적어도 머리에서는) 하지만 입을 떼는 순간, '미안..'이라는 말도 채 완성하지 못하고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바보처럼 눈물을 줄줄 흘렸다.(머리와 가슴이 따로 움직이는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누구보다 편안한 사람들 앞이라 마음이 방심을 한 것 같았다. 평소 같지 않게 쉬이 흐른 눈물이 시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쓱한 마음에 이내 씨익하고 웃으려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더라 또. 웃으며 울기(?)의 요상한 표정만 실컷 보여주고 왔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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