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29, 2009
선생님1
(계속있다간 괴성이라도 지를까 싶어 딴짓 타임.)
선생님은 노래를 잘하셨다. 지금에서야하는 말이지만 선생님은 가끔 홍대 인디밴드 공연에서 보컬을 하셨다. (그때 이 비밀이 딴 선생님에게 전해지기라도 하면 선생님을 잃을 것 같아 조마조마 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 수업시간에 이상은 노래를 불러주시기도하고 김윤아 노래를 불러주시기도하고. 비오는 날이었나, 노래를 불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이상은의 공무도하가를 불러주셨는데,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은. 이상은보다 더 이상은적인 노래였다.
지적이고 냉철하며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지금 생각하면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인성적으로 잘 다독이며 쓴소리도 현명하게 할 줄아는, 젊은 선생님이지만 삶의 혜안을 담고 있으셨던 분이다.
내 기억에 선생님은 항상 꿈을 꾸고 있는 분이셨다. 선생님은 소위 명문대 국문학과를 나오셨지만, 하고 싶은 연극을 하셨다. 나중엔 가구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시다가, 내가 고2 때 선생님으로 부임하셨다. 그리고 내가 졸업하고 대학 2학년 때즈음, 다시 학교를 떠나셨다. 그리고나서 이것저것 준비하시더니 홈메이드 쿠키로 사업을 시작하셨다. (내가 모르는 선생님의 직업이 더 있을 듯하다)
선생님을 처음 만난 고등학교 시절에는 잘 몰랐다. 선생님이 얼마나 용기 있는 분이셨는지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 없어질 때즈음, 난 재밌는 일을 또 찾아서 할거야. 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그땐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그저 선생님이 재밌는 인생을 살고 계시는구나. 나도 나중에 저럴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요즘 절절히 체감하고 있다.
선생님은 항상 꿈을 꾸셨고. 자신의 꿈에 귀 기울이고. 그 꿈을 위해 준비하고. 꿈을 위해 행동하고. 또 이루셨다.
요즘들어 어린 제자가 고른 크랜베리즈 CD를 받아들고 그 누구보다 행복해하시고, 고마워하셨던 선생님이 눈에 아른거린다. 새로 산 환상적인 커피 맛을 보라며 설레며 커피를 내리시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펑펑 눈물을 쏟았던 나를 꼭 안아주시고 토닥여 주시던 그 따뜻한 가슴이 아른거린다.
지금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실까
곧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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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이 삶속에 있다는 것 자체가 또 행복입니다. 부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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