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만인가. 블로그스팟 (지금은 블로거)에 글을 끄적이는게. 사실 종종 오기는 했지만 비공개로 글을 전환해버렸다.
인생은 운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했지만, 2021년에는 그 말을 크게 실감했다.
지난 7월, 고민만 주구장창하던 대학원 진학을 불혹 전에는 해야하지 않겠냐는 마음에 지원을 결심했다. 준비 과정이 꽤 걸린다는 소리를 듣고 11월, 12월에 있을 전형까지 시간을 쪼개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계획은 계획. 그 때즈음 회사에 퇴사자가 속출했고 가장 바쁜 팀으로 파견 근무가 결정되었다.
정말 바빴다. 공부는커녕 회사에서 밤 12시에 퇴근을 밥 먹듯이 했고, 근무 시간에 휴대폰 한 번 볼 시간없이 정.말. 바빴다. 대학원 진학 스터디도 있길래 돈을 내고 일주일에 한번 참여를 계획했으나 공부는 1도 안하고, 스터디원들에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 이미 낸 돈을 기부하고 스터디를 포기했다. 그렇게 10월 말이 되었고, 일에 현타가 와서 몇 주간 이직시도를 하는 통에 11월초가 되었다...
11월초... 대학원 원서 접수 기간이다. 말인 즉슨 학업계획서, 자기소개서를 다 정리해서 내야한다는 말. 망할. 역시 나는 대학원은 글렀구나. 이게 될놈될 안될놈안될의 진리인가. 누구는 학업계획, 자기소객서만 최소 3달씩 스터디 꾸려가면서 수정한다는데... 당장 내일모레가 원서 접수인데 걍 다 망했다!! 하하하!!
발등의 불이 떨어져 발이 녹아내리고 있어서, 회사에 반차를 내고 스터디 카페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 이번엔 일찌감치 망했으니 내년 후기를 노려야지.. 시도했다는데 의의를 두자. 라고하며 비루하게 작성한 원서를 냈고 어찌저찌 반차 신공을 써가면서 약 3주간 면접 준비를 했다. 사실 말이 3주지 내가 성인 ADHD가 있는 것이 아닌지 싶을정도로 최악의 집중력을 보였기 때문에 3주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그렇게 어찌저찌 다섯군데에 지원했고 (공부도 안했으면서 지원은 많이함) 한군데는 서류탈락, 나머지 네군데는 서류전혀이 없어서 일단 면접을 봤다.
대학 1은 모교였기 때문에 모교찬스로 교수님이 잘 봐준거 같아서 얼결에 합격
대학 2는 면접 탈락...
대학 3, 4는 1지망과 2지망이었는데 면접시간이 겹쳐버렸네? 대학 3은 다른 대학과 달리 전공지식을 묻는 면접이 있어서 솔직히 2주 전공 공부한걸로 갔다가 망신만 당할 것 같았다. 그래서 2지망인 대학 4 면접만 가려고 했다.
하지만 원서 접수비가 아깝기도하고 나름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려고 스터디 카페에 쓴 돈이 아까워, 망신 당해서 뛰쳐나오더도 대학 3까지 면접을 봐보자고 다짐. 밑져야 본전으로 대학4에 면접 시간 조정을 요청했다.
엇, 흔쾌히 조정해 주심.
대학 4 오전 첫 조로 면접을 보고 대학 3 면접으로 여유있게 출발했다. 솔직히 그떄까지 전공 면접 보기 싫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1지망이었던 대학 3 도착, 뭔지 모르게 살벌한 면접장 분위기. 다들 전공 공부 꽤했을 것 같은 생김새들. 타전공자인 나는 어버버하다가 나가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망할 경우 마스크 속에 부끄러움을 숨길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총 5명이 한 조로 면접장에 들어감. 나는 앞에서 두번째에 앉았는데, 다행히 반대편 부터 차례로 전공질문 시작. 질문을 받은 지원자 A, 대답 못함. 그 다음 B 역시 대답 못함. 제발 내 순서까지 저 질문이 해결되길 바람. 내 옆에 C까지 미해결된 질문이 옴. ㄷㄷㄷㄷㄷㄷㄷㄷ
다행히 C가 명쾌하게 대답... 그 다음 내 차례. 새로운 전공 질문이 던져질 차례였다. 난 그냥 이러나저러나 망했구나. 겸허히 부끄러움을 받아들여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내가 아는 질문이 나왔드아~~~~~! 대답을 어찌저찌했다!!! 내 순서가 끝나고 내 옆의 D 지원자 전공 질문은.. 역시나 내가 모르는 질문이었음.. 인생은 운이구나..99.9999999!!
그 날 일진이 좋았는지 같은 날 면접 본 1, 2지망 학교 모두 합격.. 정말 운으로 됨...
둘 중 어디를 갈지 엄청 고민하다가 그냥 붙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던 1지망을 가기로했다. 앞으로 내 인생이 앞구르기하고 뒷구르기할 것 같지만 그 때 가봐서 어찌되겠지..
결론은... 고민하지말고 그냥하자. 이거다.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냥 겁나서 안하는 세월이 내 인생의 절반이었고 지금도 그 습관은 못 고치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그냥하자가 통했다.
인생을 계획대로 살고 싶고, 실수 없이 살고 싶은 내 욕심. 그 욕심으로 망설이고 결정하지 못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나의 세월이여!!
인생을 계획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가장 오만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내 3주간의 수험생활을 함께해준 곡 (약 200번 넘게 들은 듯)
23:30초부터는 마음이 웅장해지고 슬프기도하고 아름답기도하다. 결론은 조성진 최고..
I happened to find this. CONGRATS !!!
ReplyDeleteI also happened to find your reply! Thanks a 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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