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19, 2013

나이가? 직업이?


우리는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에 이름이나 나이, 혹은 직업을 습관적으로 물어본다. 특히 한국에서 이름과 나이를 묻는 것은 상대와 나 사이에 대한 '관계'의 시작이다. 사실 가끔은 이 물음들이 귀찮아질 때도 있다.

여행하면서 좋았던 점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첫 만남에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무슨 일 하세요?'같은 질문은 오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신 '어디서 오셨어요?, 얼마나 여행하세요? 내일은 어디가세요?' 같은 질문이 첫 만남 질문의 전부였다. (심지어 한국인들도!) 국적 불문하고 만난 여행객들은 나의 이름이 뭔지 직업이 뭔지 나이가 몇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장소와 시간 왜 여기 왔는지에 대한 물음만 있었다. 오랜 기간 같은 숙소에서 머물면서 이름 묻는 것마저 잊은채 줄창 여행 얘기, 인생에 대한 얘기로 친해지고, 헤어질때 되서야 서로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경험은 신선하고 기분이 좋았다. 

아무래도 여행지에서 스쳐가는 한 사람의 배경(?)에 대해 관심이 가지 않는 이유가 있기도 할 것이고, 아니면 사람의 배경보다 여행지의 배경에 대해 나눌 말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런 사람들만 마주쳤는지도) 어찌되었든 여행지에서 상대의 신상에 대한 무관심이 나는 가끔 고마웠다. 나의 신상을 여기서까지 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말하는게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말해야만 했던 습관들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무의식 겸 의식적으로 여행지에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이와 이름, 직업 같은 개인적인 부분은 묻지 않았다. 

여행 막바지에 딱 한번 터키에서 만난 한국 여행객들과 이틀간 일정을 같이 하면서 그 원칙은 깨지긴 했지만, 그 즈음 한국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던 순간이었기에 그러한 습관들이 조금은 반가웠다. 당연하게 느껴졌던 습관들에서 벗어나고 싶어 떠나왔지만, 결국엔 습관이 그리워져 돌아가는게 여행인가 싶었다.

세비야의 부활절, 여행객 반+거주자 반





다음에는




비오는 날 초점이 안 맞으니 더 근사했다

색감이 참 예쁘다


만약 다음에 런던에 다시 간다면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와 함께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날씨 때문인지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을 이곳에서 다 느끼고 가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