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25, 2010
2010-2011
+2010년은 12월 31일일까지 꽉꽉 채워서 고민을 던져주려나 보다. 이번 해는 끝까지 만만치 않은 해다. 정말.
++그래도 이런 고민을, 그리고 감정을 얻는게 소중하다는 마음가짐엔 변함은 없다. 나중에 지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적어도 그 기분을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일 수 있으니까. 그러니 소중한거다.
+++2010년이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 올해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한국 내 친구들도 그렇고, 싱가포르에서 기억도 그렇고, 9월에 온 코이와 함께한 추억도 그렇고. 그래도 사는게 참 좋은 일이다. 재밌는게 많은 세상이다. 라고 느끼게해준 사람들이었다. 나중에 2010년을 돌아보면 생각날 시간들에 이 사람들이 가득할 것 같다. 그나저나 2011년엔 이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무엇을 배우게 될까. 또 어떤 힘을 얻을까. 나눌까.
++++2010년, 분명 백호의 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기분이 좋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호랑이 해였던 2010년은 호랑이 띠인 나에게 세번째 찾아온 성장 사이클이었다.
1986년. 1998년. 2010년.
1986년엔 세상으로 나옴을, 1998년에는 아동기의 끝과 청년기의 시작을. 2010년엔 청년기의 끝과 어른으로의 걸음을. 그 경계였나보다.
1986년 세상에 나오는 고통은 엄마가 대신해 줬고. 1998년은 유년기 나름의 해맑음이 아픔의 자리를 대신했고. 하지만 2010년엔 온전히 '학생'이라고도, '어른'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 없는 무방비한 위치에서 누구도 내 고통을 대신해 주지 못했다.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고통이든 기쁨이든. '인간은 본래 이런거다. 어른이 되는 건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누군가 이렇게 호되게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평생 생각지도 않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그리고 몇몇 사건을 통해 믿어 왔던 가치들이 깨질 때마다.어린애 걸음마 하나를 뗄때처럼 어려웠다. 그리고 생애 처음,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에 나는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믿기지 않았던 순간은 영원히 믿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따금 떠나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문득문득 찾아 올 때. 요즘 내 고민을 털어 놓으면 선배는 어떤 얘기를 해줬을까라는 단순한 상상부터. 그리고 우리를 만났을 때 당신의 꿈을 털어 놓으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모습이. 유명하다는 와플을 손에 들고, 샌달을 함께 사러 다녔던 그 홍대거리가. 동아리 MT때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며 함께 술을 기울이던 그 날이. 시험 기간에 아름아름 전공책을 챙겨주던 그 때가.
정작 선배가 영원할 줄 알았던 그 때에는 그리 살갑게 다가가지 못한 내가, 지금에서야 잊고 지내던 것들을 새삼스레 일부러 꺼내 추억하는게 미안하기만 했다.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는 어느새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으로 채워졌고, 그리고 이따금 찾아오는 그리움이 그렇게 아픈 것인지 몰랐다. 그날엔 그저 사람들이 떠나간 사람을 잊고 살아간다는게 잔인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그게 아니였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남겨진 사람들은 일상을 찾아가지만, 이따금 느껴지는 그리움은 그날의 슬픔과는 비례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추억한다'라는 횟수가 그 추억의 깊이와는 비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2010년이 세번째 성장 사이클이었던 것은 다만 이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기에도 쓰기에 부끄러운, 가끔은 스스로 견딜 수 없이 부정하고 싶은 모습과 마주해야 했다. 부연 설명을 하기에도 페이지가 모자를 만큼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들. 이건 2010년에 끝이 난게 아니라 2010년을 첫 페이지로 챕터가 시작된 것처럼 이제 막 시작된 고민들 같다.
하고 싶은 말도, 생각도 많은, 2010년을 뒤로하고
2011년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엔 어른이 되는 2년차인가 싶다. 내년엔 덜 어른이 되더라도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Friday, December 3, 2010
12월
12월이 한달이 채 안남았다.
진짜 눈 깜짝할 사이에 한 해가 저물어간다.
마음대로 되는 일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고.
이번 한해는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시기이도하다.
시간이 많아진 만큼 스스로 뚫어져라 바라봤다.
살면서 고민해보지도 않은 토픽들이 내 머리를 맴돌기도하고,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도 있음을 결론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알아채지 못한 정말 싫은 나의 모습도 발견했다.
그 모습이 싫다고 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데 절망했다.
생각이 많아져서 견딜 수 없는 새벽엔 무작정 힘이 될만한 책을 찾아 읽었다.
위로를 찾고 잠이 들다가도 아침이면 또다시 어제와 같은 고민의 반복이었다.
하루하루 달라지지 않는 내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나를 뚫어져라 바라볼 시간이 내 생애에 몇번이나 있을까 생각했다.
이런 시간을 거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감정과 고민을 얻어간다는게 소중하다.
청춘이니까 부지런히 달릴 수 있지만 낭비도 할 수 있는거다.
지금이니까 철없이 기뻐할 수도 끝없이 후회 할 수 있다.
이러한 내 마음가짐이 유일한 위로였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큰 사람이 되자.
언제부터인가 꾸준하지는 않지만 잠들기 전에 하는 기도엔 이런 말들이 빠지지 않았다.
결국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 잊지 않겠다고.
그리고 고마운 사람이 가득해서 감사하다고.
새해 계획은 세우지 못 하겠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년말고 내일부터라도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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