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평소 하고 있는 운동량이 턱없이 모자른 것 같아 강도를 높여보려고 크로스핏을 등록했다. 그동안 나름 PT도 받고, 중량도 조금씩 치면서 운동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어서 첫 수업이 어떨까 궁금하기도하고 설렜다.
남들보다 10분정도 일찍 갔는데, 트레이너로 보이는 한 사람이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눈인사를 했다. 처음 왔다고 하니 알겠다고하고 일을 보더라. 뭐 그러려니했지. 회원 사진을 찍어야하는 것 같아서 출입 기계를 조작하는데, 보통 이럴경우에는 처음 온 회원에게 안내해주며 사진까지 찍어주는데, 나는 자체적으로 그 기계를 조작하면서 셀카를 찍어야 했다. ㅡㅡ; 뻘쭘해서 인바디를 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보통 그러면 인바디 조작은 센터에서 해주는데, 심지어 그 기계에 들어가는 정보까지 내가 입력해서 결과를 받았다..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결과지는 다행히 뽑아주긴했는데, 쓱 보더니 "체지방이 많으시네요?" 이러고 종이를 툭 주더라. 아니 누가 내 체지방 많은지 모르냐고..ㅡㅡ 지금껏 운동 다녀보면서 이렇게 회원에게 막하는 센터는 처음이었다. 처음 오면 운동 경력이나 부상이 있는지, 아니면 인바이라도 봐주면서 얘기라도 해주는데 크로스핏을 어떻게 하는지 이런것도 없이 그냥 나를 뻘쭘하게 서있게 했다. 뭐.. 트레이너가 무뚝뚝한가 보다 싶었는데, 좀 오래다닌 회원들에게는 어찌나 상냥하던지.
운동하는 내내 나를 거의 유령 취급을 했다. 데드리프트나 스쿼트 자세도 이전에 운동 다닐 때는 전혀 지적 받지 않은 부분이었는데, 민망할만큼 내 자세 지적을 눈으로 입으로 해댔다...운동 의욕이 밑바닥을 쳤다... 아침부터 운동으로 기분이 이렇게 나쁠 수 있나 싶었다. 결론은 꽤 많은 수수료를 물었지만, 환불했다.
최근 오픈했다는 센터에서 왜 이렇게 하는지 정말 의문이었다. 트레이너 차림새도 집에서 자다 일어난 것처럼 부시시한 옷과 머리로 나왔던데 이런걸 보면서 아, 어느정도 사람 상대로 일할 때는 정돈된 모습으로 나와야 하는구나 싶었다. 이럴거면 왜 여기서 일하고 있나? 억지로 일하는지, 그냥 집에서 쉬지 여기서 돈 내고 운동하는 사람들 기분까지 망치고 있는지 화가 치밀었다.
나도 고객사를 상대할 때 사실 내 기분따라서 짜증을 낸 적도 있었는데, 그 때 내가 이렇게 보였겠구나 싶어서 부끄럽기도 했다. (마지막은 반성 모드)
운동량이 부족해도 평소하고 있는 센터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니, 친정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운동이 더 잘 되었다.
잡담 끝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