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도 시간이 가면 나는 어른의 시각을 갖고 좀더 현명한 사람이 되어가는 줄 알았다. 자연스레 어렸을 때 고민하던 문제가 어른이 되면 이까짓거 하면서 넘길 줄 알았다. 하지만 한해가 넘어 갈 수록 인생은 쉽게 풀릴 수 없는 일들이 태산이며, 문제는 나이가 들 수록 고난이도에 다가가는 것 같다.
나는 20대 초반을 꽤 재밌게 살았다.(물론 그때 당시에는 미처알지 못하고 어려워어려워 이러고 있었겠지만) 대학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은 기꺼이 하고자했고, 세계에서 온 친구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가끔씩 마음이 따뜻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진부한 스펙쌓기와는 다르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20대 중반, 그리고 후반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는 지금. 그 때 쌓은 추억들로 지금을 살아간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그 때 쌓은 추억들이 마치 진한 사골국이 될 정도로 생각하고 그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느샌가 그런 것들도 다른 고민들에서 멈춰서 있고, 나는 몇년 째 텅빈 사람이 되가는 것 같다. 우리시대 20대 중에 어느 누구가 자신의 길을 알겠느냐만은, 나도 그러하여, 나도 그리 무인도에 뚝 떨어진 기분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길을 알고도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그 때가 길을 모르는 지금보다 더 행복했는지 모른다. 더욱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길을 모른다기보다 앞으로 내 길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더 두렵다. 정확히 말하자면 싫다. 지루하다. 뻔히 보이는 길이 길을 모른다라는 의미와 전혀 통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이지만 길을 모르기에, 뻔한 길이 보인다. 많이 어렵다. 어떻게 하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