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 이렇게 글을 쓴다는게 참 편안하고 소중하다. 거의 몇달만의 일인가. 평일날 이 시간에 깨어 있다는게!!!!
-그도그럴것이 그동안 일 끝나고 집에오면 쓰러져서 자는 나날들의 연속, 일주일에 컴퓨터는 회사 인트라넷이 전부였다. 자연스레 블로그와 단절, 외국에 거주하는 친구들과의 연락도 두절.
-많은 일들이 있어서, 너무 많은 감정이 있어서 생각하기 싫어 덮어놓는 나날들. 매일 밤 악몽을 꾸다 새벽에 깨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던 시간들. 자다깨다 얕은 잠 자다가 눈 비비며 새벽 지하철을 타던 그때. 지하철에 웃는 사람이 하나 없고, 다들 어떻게 하루하루를 견디나요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던 하루하루. 길을 걷다보면 이유없이 눈물이 핑 돌고. 따뜻한 한 마디에 눈물만 주루룩하던 순간들.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었나 싶을 정도로 많이도 펑펑거리던 그때. 나만 모자른 걸까, 사람들은 잘 하고 있는데 나만 이러는 걸까. 내가 약한 걸까. 쓸모 없는걸까 고민만 하다 퇴근길에 본 거울 속 내 무기력한 얼굴. 잠깐 본 남친님에 방긋하던 한 시간 가량의 퇴근 길이 끝나고 나면 집에서 '엄마 다녀왔습니다'하고 침대에 그대로 쓰러져 이유 없이 또 눈물만 흘러내린 밤. 지울 수 있다면 2011년의 내 삶이 지워졌으면 손꼽았던 매일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고 힘든걸 자꾸 괜찮다 괜찮다 웃고 또 웃으니 마음은 더 힘들고 병들었던 것 같다. 무엇을 위해 부여잡고 있었는지 날 괴롭히던 인내라는 이름을 쓴 녀석도 점점 지쳐만 갔고. 매일 아버지들의 삶에 고개가 숙여졌다.
-꿈도 하고픈 것도 아직 없다. 이제는 마음이 편해지고 많이 놓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예전에 품어왔던 이상과 꿈들이 현실과 맞닿으면서 한계를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차라리 놓아서 마음이 편하다고 할까. 꿈이 가득하던 그 때보다 이제는 하루하루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몸이 편하고 마음이 편하고프다. 예전에 내가 제일 혐오하던 삶을 이제 내가 가장 바라고 있다니. 참 인생이 돌고 돈다는게 이런건가.
-회사를 그만뒀다. 나오면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나오자,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무리하자. 라고 마음 먹어서 정신없는 퇴사가 되어버렸지만. 회사를 그만두면서 가장 망설였던 부분은 사람이었다. 누군가 내게 순진하다 말할지 모르겠지만, 첫 직장에서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마주했다. 그만두고 나서도 이런 사람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앞섰다고나 할까.
-인복이 많다는 건 사실 같다. 첫 사회생활로 만난 선배, 상사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내가 송별회에서 눈물을 연신 훔치며 한 사람 한사람에게 했던 말에, 내 마음을 모두 표현하지 못해 아쉽기만하다. 아직까지. 나를 위해 눈물 흘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감사하다.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 그리고 그들이 나의 인생의 한 챕터를 따뜻하게 장식해 주었다는데 고맙다. 힘들었던 기억들이 결국 뒤돌아보면 추억이 되는덴 '사람'이라는 힘 때문인 것 같다.
-끝과 시작에 서있다. 예전 같으면 시작에 설렘 기대들이 많으리라. 근데 지금은 솔직히 많이 두렵기도하고, 어떤 어려움이 찾아올까 무섭기도 하다. 끝과 시작에 서있는 내가 또 어떤걸 느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냥 잘 견뎠으면 좋겠다.
-다만, 내가 선택한 '끝'에서 또다른 '시작'을 만들어낼때, 적어도 '끝'에 대한 후회가 없었으면 한다. 내 선택을 믿고 응원하는 내가 되기를.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